FOOD & STAY
경북 맛집 가이드
경상북도에서 무엇을 먹을지는 대체로 산에 있느냐 바다에 있느냐로 갈립니다. 동해안은 게와 생선, 북부 내륙은 제사 음식에서 내려온 상차림, 중부 평야는 한우와 밭작물이 중심입니다. 여기서는 특정 상호 대신 고장과 상권을 기준으로, 어느 동네에 들어가면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050-8202-7994안동 찜닭과 간고등어, 헛제사밥
안동찜닭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파는 음식이 됐지만 출발점은 안동 구시장 닭골목입니다. 간장으로 조린 국물에 당면과 감자, 통으로 들어간 채소가 섞여 나오고, 매운 정도를 주문 때 정하는 집이 대부분입니다. 양이 넉넉해 둘이서 작은 것을 시켜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고등어는 바다에서 먼 내륙까지 생선을 옮기던 방식에서 나온 음식입니다. 소금을 세게 친 고등어를 구워 내기 때문에 짠맛이 앞에 오고, 밥과 함께 먹어야 균형이 맞습니다. 정식으로 시키면 구이 한 토막에 나물 반찬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헛제사밥은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 음식만 차려 먹는 상입니다. 나물을 비벼 먹고 전과 탕국, 산적이 함께 올라오는데 고춧가루와 마늘을 쓰지 않아 간이 전체적으로 순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이 부담스러운 날 선택지가 됩니다.
영덕·울진 대게와 동해안 물회
영덕 강구항과 울진 죽변·후포항은 대게로 이름난 포구입니다. 다리 마디가 대나무처럼 곧아 대게라 부르는데, 살이 가장 차오르는 때는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입니다. 값은 무게와 살수율에 따라 그날그날 달라지므로 미리 정해진 가격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대게는 먹는 순서가 있습니다. 다리 살을 먼저 발라 먹고 몸통 내장에 밥을 비벼 마무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 볶음밥까지 해 주는 집이 많아 처음이면 그냥 맡기는 게 편합니다. 껍데기가 무른 물게는 값이 싼 대신 살이 적습니다.
물회는 포항 쪽이 중심입니다. 흰살생선이나 오징어를 채 썰어 고추장 양념에 얼음물을 부어 먹는 방식으로, 국물째 마시다가 마지막에 국수나 밥을 말아 넣습니다. 죽도시장 주변에 물회집이 몰려 있고 여름에는 대기가 길어집니다.
포항 과메기와 경주 황남빵, 쌈밥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겨울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며 말린 음식입니다. 포항 구룡포가 본산이고, 미역이나 김에 생미역·마늘·고추와 함께 싸 먹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기름기가 진해 처음에는 한두 점씩만 집어 보는 게 좋고, 제철은 겨울입니다.
경주에서는 황남빵이 대표 간식입니다. 얇은 반죽 안에 팥소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도록 채워 넣은 작은 빵으로, 갓 구운 것과 식은 것의 식감 차이가 큽니다. 대릉원 주변 상가에서 줄을 서서 사 가는 사람이 많고, 비슷한 형태의 찰보리빵도 함께 팔립니다.
식사로는 쌈밥이 경주에서 널리 자리 잡았습니다. 여러 종류의 쌈채소에 강된장과 제육, 나물이 한 상으로 나오는 구성이라 유적지를 걷다 지친 뒤 채소를 몰아서 먹기에 맞습니다. 보문단지와 불국사 진입로 쪽에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구미·칠곡 한우와 청송 사과, 성주 참외
경북 중부는 한우 산지가 이어지는 지역입니다. 구미와 칠곡 일대에는 부위별로 잘라 파는 정육식당이 흔한데, 고기를 사서 상차림비만 내고 구워 먹는 방식이라 계산 구조가 일반 고깃집과 다릅니다. 남는 고기는 포장해 가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청송은 사과로 알려진 고장입니다. 일교차가 큰 산간 지형이라 단맛과 신맛이 같이 오는 편이고, 가을에는 도로변 직판장에서 상자 단위로 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과를 넣은 한과나 즙 같은 가공품도 함께 나옵니다.
성주는 참외 주산지입니다. 비닐하우스가 들판을 덮고 있는 풍경이 이 동네에서는 일상이고, 봄부터 초여름 사이가 가장 흔하게 나오는 시기입니다. 의성은 마늘로 이름난 고장이라 마늘을 넣은 소스나 육가공품을 지역 특산으로 내놓습니다.
상주 곶감과 문경 오미자, 영천 와인, 울릉 식재료
상주 곶감은 감을 깎아 처마 밑에 매달아 말리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겉에 흰 가루가 앉은 것이 잘 마른 상태이고, 반건조로 말랑한 것과 완전히 말린 것은 식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늦가을 상주 들판에는 감 말리는 덕장이 줄지어 늘어섭니다.
문경은 오미자로 알려진 고장입니다. 다섯 가지 맛이 섞여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답게 신맛 뒤에 단맛과 쓴맛이 따라오고, 청이나 음료로 담근 형태가 흔합니다. 영천에서는 포도를 길러 만든 와인을 지역 산업으로 키워 시음과 판매를 함께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김천 호두는 과자보다 알맹이 자체로 파는 경우가 많고, 울릉도에서는 오징어와 명이나물이 대표 식재료입니다. 명이는 장아찌로 담가 고기와 함께 내는데 특유의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립니다. 경북은 권역마다 상이 달라 며칠 다니면 입보다 몸이 먼저 지칩니다. 그런 밤이면 밤소나가 숙소로 갑니다.